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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 '위대한 개츠비' 책읽기

책읽기 근대사

 지난달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렸었는데, 익숙한 책이름의 책이 개정판으로 이쁘게 진열되있었다. 그 책은 바로 현대철학의 대가 마이크 센델의 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 와 ‘공정하다는 착각’이었다. 있는듯 없는듯한 그라데이션과 튀지않는 심볼, 적절한 폰트와 고딕체로 심플하게 마무리한 표지. 당장 이 책을 딱 방에있는 벽선반에 진열하면 이쁜 인테리어가 완성되고, 알량한 지적허영심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덥석 구매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잘 읽히지가 않는다. 어찌어찌 빨간책은 1회독을 마쳤다. 그치만 짝꿍 책은 읽지 못한 체 선반 인테리어 용품으로 남겨져있다.


 그러던와중에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서 책리뷰 컨텐츠를 시작했다. 참 우연찮게도 채널에서 리뷰한 책이 바로 직전에 읽었던거다. (마이클 샌델은 좌파? [정의란 무엇인가] 핵심 요약과 마이클 샌델의 사상!, 김지윤의 지식 Play) 물론 특별 한정판의 출간으로 인플루언서와의 콜라보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해당 컨텐츠 시리즈가 흥미로웠다. 이참에 책좀 읽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음에 읽을 책을 주문했는데 그 책이 바로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였다.


20세기초의 사회: ‘위대한 개츠비’와 ‘피키블라인더스’

 ‘위대한 개츠비’는 출간된지 한세기가 다되어가지만 최근까지 영화로 여러번 제작되었던만큼,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로서 여전히 사랑받고있는 소설이다. 최근에 즐겨봤었던 ‘피키블라인더스’는 BBC에서 방영한 TV Show다. 최근 종영한 마지막 시리즈까지 시청을 마쳤다. 혹자는 “‘대부’의 영국판”이라며 그 완성도를 호평한다. 20세기 초반의 소품과 연출들이 흥미롭게 연출되어있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시대상을 그렸다. 피키블라인더스가 1918년부터 1930년까지의 영국 모습을 그렸다면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의 뉴욕모습을 그리고있다. 두 주인공 1차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 모두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는 점이 유사하다.


🖐 아래부터는 ‘피키블라인더스’와 ‘위대한 개츠비’의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츠비  그는 무성한 소문 속의 인물로 묘사된다. 뷰캐넌이 뒷조사를 통해 개츠비에 대하여 폭로를 하지만, 작중에는 정확히 그가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없다. ‘약국’과 ‘석유’사업을 한다는대 그렇게 믿음직스럽진않다. 1920년대 당시 미국에서는 약국에서나 맥주를 처방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시대상을 미루어봤때 ‘약국사업으로 큰 부를 얻었다’는 것은 밀주사업의 은어로 유추된다.

토마스 셸비, ‘토미’ ’피키블라인더스’의 주인공, 토마스 셸비. ‘토미’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의 끝이 보이지않는 목적을 이루기위해 악랄하고도 잔인한 수단과 방법들을 마다하지않는다. 절도, 폭력 따위는 거리낌없이 묘사되고 뇌물과 매수로 인한 승부조작, 조직적 음모와 살인은 일상적으로 행한다. 그는 그의 운하 장악력을 토대로 밀수사업을 성장시키고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여 엄청난 부를 쌓는다. 이러한 ‘셸비’ 유한회사의 사업방식의 묘사는 실존인물 ‘로드스테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울프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아놀드 로드스테인’  개츠비가 밀주사업을 했다는 것은 몇가지 더 추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작중에 개츠비가 닉에게 울프심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다. 그를 1919년 월드시리즈를 조작했다고 소개하는데 이는 실존인물 ‘아놀드 로드스테인(Arnold Rothstein)’을 모티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놀드 로드 스테인은 ‘블랙삭스 스캔들’로 불리는 승부조작 사건의 주모자로, MLB에게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한 장본인이다. 그는 기업형 조직범죄의 바이블(?)이자, 범죄학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될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인물이다.
 로드스테인은 금주법이 시행될 시절 오히려 금주법을 사업기회로 삼아 밀주사업을 벌인다. 대서양을 건너는 자신의 상단에 스카치 위스키를 밀수출하는 방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토미와 울프심이 사업을 벌였던 방식은 로드스테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않았을 것 같다.


개츠비는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다시. 개츠비는 어떻게 부를 쌓았을까? 울프심과의 가까운 관계였던 개츠비. 작중에 묘사되는 그의 흉흉한 소문들은 울프심과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겨났던 소문들이 아닐까 싶다. ‘울프심’은 ‘토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잔인하고도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이다. 사업 파트너였던 개츠비 역시 어떻게 부를 축적했을지 짐작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으로, 루이먼 감독의 영화는 개츠비의 수상스러운 관계와 그의 돌변적인 ‘살인자’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그렇게까지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의 이면적인 모습에 대한 특별한 묘사가 있지는 않았다. ‘개츠비’는 그렇게까지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 ‘닉’이 개츠비의 무성한 소문들을 일축하고 그의 죽음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와 그런 사회에 환멸을 느꼈던 것은 ‘개츠비’가 충분히 인간적으로 대할만한 사람으로 느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닉과 개츠비는 저자 ‘피츠 제럴드’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 인물들이라는 점을 가정했을때, 작가가 모질게 자신의 분신인 개츠비를 토미만큼의 인간실격적인 면모를 상상하며 글을 써내려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결국에는 파국

 개츠비는 부자가 됐지만 그가 그토록 바랬던 기득권 신분으로의 상승 그리고 데이지와의 인연을 얻어보려고했던 것은 데이지의 교통사고가 아니더라도 결국 파국에 다다랐을 것 같다. 신분상승을 통해 데이지를 얻고말겠다는 열망을 너무나도 간절히 쫓았으니 업보는 자연스레 쌓였을 것이다. 그러한 업보를 청산하지 못한 체 조직에 이용되고, 결국 그 끝은 말단으로서 버려지지 않았을까?


우리가 인간으로서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모습

 피츠 제럴드는 다음 문구로 그의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개츠비는 해가 갈수록 멀어지는 그 초록 불빛의 황홀한 미래를 믿었다. 그때의 초록색 불빛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내일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뛸 것이고, 그럴수록 두 팔은 더 멀리 뻗어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제가 화창한 날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그는 끝이 설령 이루어지지 못할 것 일지언정 그 ‘황홀한 미래’를 믿으며 달려나가는 모습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토비 맥과이어가 저 마지막 문구를 읽으며 영화를 마무리하는데 그게 참 아련하고도 속 깊이 저리다. 세월에 비해 찰나인 우리 일생을 이쁘게 장식하는 모습같다. 설령 불빛이 우릴 져버릴지라도, 미련해보일 정도로 다시 그 불빛을 쫓으며 부푼 마음을 안고 내일을 살아가는 것. 나는 그런 찰나가 되고싶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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